1. 베트남에서의 첫 직장, 철강 회사를 퇴사한 이유
저는 한국 철강 회사 베트남 법인의 마케팅 기획부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철강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나, 대학생 시절 마케팅 기획 공모전에 꾸준히 참여하며 다수의 수상경험도 가지고 있었던지라, 제가 뜻을 세운 베트남에서 마케팅 기획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철강 산업의 마케팅은 제가 대학생 시절 열정을 쏟아 부었던 마케팅과는 사뭇 거리가 있었습니다. 철강 산업은 대표적인 B2B 비즈니스로 생산성 개선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판매가를 조금이라도 높여 마진을 극대화 하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철강의 경우 소비재에 비해서 제품이 다양하지 않고 차별화 포인트도 많지 않아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으므로, 판매가는 보통 시장 가격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결국 철강 산업은 극한의 비용절감이 마케팅 기획의 핵심인 것이지요. 제가 대학생 시절 몰두했던 마케팅은 소비자의 니즈를 발굴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창의적 방법들을 고민하던 마케팅이었습니다. B2B 비즈니스를 대표하는 철강 마케팅과 제가 공부해온 B2C 마케팅은 다른 마케팅이었던 것이지요. 물론, 철강회사에서 마케팅 기획을 하면서 비즈니스의 기본기가 되는 손익구조에 대한 식견을 기를 수 있었으나, B2C 마케팅에 대한 갈증으로 철강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2. 베트남에는 왜 마케팅 대행사가 많지 않을까?
이직을 위해서 베트남 내 B2C 마케팅 포지션을 찾았으나, 베트남 내 B2C 마케팅 포지션은 채용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마케팅 대행사 또한 거의 없었습니다. 베트남 내 한국인 채용 시장은 대부분 베트남 지방 공단의 생산관리, 생산기획 등 생산과 관련된 포지션뿐이었습니다. 이는 지난 20년간 글로벌 공급망에서 베트남이 차지했던 역할과 관련이 깊습니다. '90년대부터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전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했으나, 각종 중국 대내외적 이슈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이외의 공급망을 확보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 대안으로 '00년대부터 베트남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베트남은 중국과 인접해있고, 인건비 또한 중국보다 저렴했기에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이 베트남에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삼성, LG, 포스코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 결과 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는 한국의 제조 및 가공업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지난 20년간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저임금 생산거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그래서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 회사들은 대부분 생산 공장을 설립한 제조기업들이며, 채용 또한 생산 관련 포지션이 주를 이루는 것입니다. 즉 지난 20년간 베트남은 '소비시장'이 아닌 '생산거점'이었으므로, 마케터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마케팅 대행사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지요.
3. 베트남, '저임금 생산거점'에서 '잠재력있는 소비시장'으로
베트남이 지난 20년간 '저임금 생산거점'의 역할을 수행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베트남 경제는 이를 바탕으로 연간 약 6~7%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매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 결과 고소득층(월 가구소득 $1,500)에 해당하는 인구는 2012년 260만명에서 2020년 1,020만명에 이르며 약 4배가 되었습니다. 베트남이 지난 '00년대, '10년대 글로벌 생산거점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20년대는 하나의 소비시장으로 태동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4. 태동하는 베트남 소비시장에 주니어 마케터의 출사표
제가 '18년에 베트남에 처음와서 직접 본 베트남의 모습은 '소비시장'이었습니다. 특히나 제가 살고 있는 남부, 호치민 사람들은 '100을 벌면 120을 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적극적인 소비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로위에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이커머스인 쇼피(Shopee), 라자다(Lazada), Tiki(티키) 배송 오토바이가 넘쳐나며, 이커머스로 쇼핑한 다양한 상품을 사무실로 배송시켜 받는 직원들을 매일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본 베트남은 '소비시장'이며 하노이, 호치민 등의 대도시는 더욱 그러합니다. 소비시장으로 태동하는 베트남에서 마케터를 채용하는 회사가 없다면,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해서라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마케터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베트남 마케팅 대행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노란별 베트남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트남에서 인플루언서가 되다 (0) | 2023.01.07 |
---|---|
베트남에서 Gen Z로 살기로 했다 (0) | 2023.01.07 |
베트남 인플루언서 도전기(3) 컨텐츠 주제 선정시 고려할 사항 (0) | 2022.12.13 |
베트남 인플루언서 도전기(2) 베트남 틱톡커가 되어보자 (0) | 2022.06.07 |
베트남 인플루언서 도전기(1) 직접 해보지 않고, 어떻게 대행을 하나 (0) | 2022.06.03 |